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Sniper)는 18세기 인도의 영국군 장교 사이에 이 새를 쏘아 잡는 경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요새는 워낙 작고 동작이 빨랐기 때문에 스나이프를 떨어뜨릴 만큼 총을 잘 쏘는 사람을 가리켜 스나이퍼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격수의 중요성은 1,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이라크전을 거치며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수치가 있는데요, 1차 대전 때 적 1명을 사살하는데 들어간 탄약은 무려 7000발, 2차 대전은 2만5000발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저격수들은 단지 평균 1.7발을 사용하였구요. 저격수 한 명이 1개 중대(100명)만큼의 효과를 내는 셈이다.
심리적으로 봤을 때 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는 내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저격수의 한 발을 생각하면 항상 무서움에 떨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단 한 명의 저격수 때문에 어마어마한 전쟁의 실패를 가져올 수 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역사상 세계 최고의 스나이퍼들은 누구일지 궁금하실겁니다.
크리스 카일은 미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로 복무하며 이라크전을 통해 미군 역사상 최다 저격 기록(공식 160·비공식 255명)을 수립한 스나이퍼입니다. 그가 이라크 전쟁에서 세운 전과는 정말 어머어마 합니다. 1.9km 거리 밖에서 저격에 성공하기도 하였고, 총 한 자루로 도로 위에 고립된 아군 해병부대를 구하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 갑작스럽게 벌어진 근접전에서 반군을 권총으로 제압하기도 하였죠. 카일을 두려워한 이라크 반군들은 그에게 ‘악마’라는 별명을 붙이고 현상금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해군 특수전 저격수 및 대(對)저격수 팀 훈련과정 수석 교관으로 일을 하면서 최초의 네이비실 저격수 교본인 〈해군 특수전 저격수 교리집〉을 집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그의 공로를 인정하여 국가안보문제 유대 연구소가 수여하는 ‘위대한 조국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2013년 2월 2일 같은 미군이였던 미 해병대 저격수 출신 레이 라우스의 치료를 위해 사격장에 방문했다가 그에게 총격을 당하여 사망하였습니다. 크리스 카일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 영화 사상 미국 내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핀란드 사람 ‘시모 해위해’가 있습니다. 가장 위대한 스나이퍼 중에 한 사람으로써 대부분의 군사사(史) 전문가들은 핀란드의 저격수 시모 해위해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백색 죽음’이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1939년에 발발한 소련-핀란드 전쟁, 일명 ‘겨울전쟁’에서 스탈린군과 맞서 아주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평범한 농민이자 사냥꾼이었던 그는 전쟁에서 라이플총으로 542명을 저격하였습니다.
기관단총으로 200명 이상을 사살했다는 기록과 합쳐서 보면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최소한 7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에서 하얀색 옷으로 위장하고 구식 총으로 정확한 인간 사냥을 한 그를 소련군은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핀란드의 영웅으로 제대한 그가 개발한 전술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 저격수들이 배우고 있다 합니다.
그 다음으로 소련의 바실리 자이체프입니다. 그의 총 모신나강(M1891/30) 소총이 스탈린그라드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데요. 총을 설명한 곳에는 “오른뺨에 총을 밀착, 스코프 십자가에 목표물이 메워지면 방아쇠를…”이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고 합니다.
1915년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자이체프는 우랄산맥 일대에서 자라며 사냥 사격술을 익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태평양 함대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투입된 그는 1942년 한 달여간 242명을 저격 시켰습니다. 그가 사용한 총알은 243발. 거의 100% 가까운 명중률입니다.
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엄청나게 활약한 그는 영웅 칭호와 레닌 훈장을 받았습니다. 이후 자이체프가 양성한 저격수들은 2차 대전 동안 6000명의 적을 사살했고 그의 저격술이 담긴 책은 현대전의 교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자이체프의 활약상은 에너미 앳 더 게이츠라는 영화에 잘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그 영화의 명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스치는데요, 1999년에 내놓은 역사소설 《워 오브 더 래츠(War of the Rats)》에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난뒤에는 자이체프는 키예프에서 섬유업에 종사하다 1991년 76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합니다.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 중에는 여성도 있었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루드밀라 파블리첸코. 키예프 대학 역사학도였던 그녀는 1941년 독일군이 러시아를 침공하자 보병으로 자원 입대하였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파블리첸코는 오데사 전투에 투입돼 약 두 달 반 동안 187명을 사살한 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전투에도 참가하였습니다. 1942년 6월 박격포에 부상을 당해 전선을 떠날 때까지 그는 공식 집계로 309명을 저격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중 36명이 적의 저격병이었다는 겁니다. 그는 ‘죽음의 숙녀(Lady Death)’라 불렸지만, 아군에게는 상대 저격병을 사살해 준 구원의 천사라고 불렸었습니다. 그의 총은 자이체프가 사용한 모신나강에 4배율의 PE스코프(조준경)를 장착한 것이였다 합니다.후에 그녀는 백악관에 초대받아 루스벨트와 그의 부인을 만나기도 하였고, 1943년 소련 영웅금성훈장을 탔었습니다. 1916년 7월 12일 태어나 1974년 10월 10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블리첸코의 일대기 역시 2015년 ‘1941:세바스토폴 상륙작전’이란 영화로 상영되기도 하였습니다.
로자 샤니나도 파블리첸코에 버금가는 여성 명사수입니다.
1924년 소련의 아르한겔스크에서 태어난 그녀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군대에 입대한 오빠가 전사하자 자원입대하였다 합니다. 군사 훈련에서 뛰어난 사격 명중률을 기록하며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승리한 소련군이 독일군을 밀어붙이자 저격수 소대의 소대장이 되어 공격 에 나섰다고 합니다. 샤니나는 1944년 4월 초부터 저격수로 나서 다음 해인 1945년 1월 28일 동프로이센 공세 작전 중 적의 총탄에 맞아 숨질 때까지 9개월여 동안 적군 59명을 사살하였습니다.
마테우스 헤체나우어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 전투에서 독일군 저격수는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 당시 망원조준경을 갖춘 저격수 부대를 가진 나라는 독일이 유일했습니다. 광학기술과 관련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인데요, 저격수의 실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뛰어 났었습니다. 그 중 마테우스 헤체나우어는 독일 최고의 저격수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345명의 소련 병사를 저격했었습니다. 이는 거의 소련군 2개 중대를 헤체나우어의 혼자만의 저격만으로 물리쳤다고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헤체나우어는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전선의 은폐된 진지에서 소련군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동료에게 “두뇌가 우수한 사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차상률
6·25 전쟁시 인민군 저격수 차상률은 모신나강 저격총으로 국군,미군을 합쳐 토털 120명을 사살했습니다. 이륙하던 미군 측 헬기를 한 번 방아쇠를 당겨 격추 시켰다고도 합니다. 물론 당시 헬기는 방호성과 내구성이 떨어졌었겠죠. 차상률은 공화국 영웅 칭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6·25 전쟁 때 제2차 세계대전 시 소련군처럼 2인조 저격수를 운용했는데북한군과 중공군 저격수들은 피란민으로 위장하여 유엔군을 기습하고 작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장 타오팡
장 타오팡은 중국 최고의 명사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3년 6·25 전쟁 종반 중국인민해방군 24군단 소속인 장 타오팡은 삼각고지 전투에 저격수로 투입되었습니다. 18일 동안 매복 끝에 나타난 적에게 12발을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하였고 오히려 역공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서 다시 자신의 사격술을 점검하고 가늠쇠 사용법을 터득한 그는 32일 동안 214명을 저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측은 뒤 늦게 나마 저격수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병대 저격수들을 투입했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 때 정찰중대장이며 젊고 유능한 저격수인 홀메스는 719m 고지의 저격전투에서 장거리 사격을 가해 중공군들을 완전히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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